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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만 먹는 판다는 어떻게 통통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원인은 '장내세균'에 있다

계절에 따른 먹이 변화에 맞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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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Craig Sellars via Getty Images

대왕판다는 비탈길을 공처럼 굴러내려 올 수 있을 정도로 몸매가 통통하다. 몸길이 1.2∼1.9m인 성체의 평균 몸무게가 100∼115㎏이고 수컷은 160㎏까지 나간다. 식단의 99%를 영양가가 신통치 않은 대나무로 충당하면서 어떻게 이런 몸매를 유지할까.

황 광핑 중국 과학아카데미 연구원 등은 중국 친링 산의 판다 서식지에서 야생 판다의 배설물을 이용한 연구로 이런 궁금증을 풀었다. 연구자들은 19일 과학저널 ‘셀 리포츠’에 실린 논문에서 “대왕판다는 계절에 따른 먹이 변화에 맞춰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를 유연하게 바꿔”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판다는 일 년 내내 대나무를 먹지만 계절에 따라 먹는 부위가 다르다. 연구자들은 “8월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8달은 대나무 잎을 먹지만 4월 말 죽순이 나오면 8월까지는 눈에 띄는 대로 어린 대나무 순을 먹는다”고 밝혔다.

대나무는 지방 함량이 4% 미만이지만 단백질 함량은 비교적 높아 판다는 에너지의 절반을 단백질 형태로 섭취한다. 대왕판다는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을 간직한 채 초식동물로 바뀌었지만 단백질 의존도는 늑대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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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이 하천을 거슬러온 연어를 사냥해 겨울을 날 지방을 비축하듯이 대왕판다는 죽순을 탐식해 부족한 영양분을 확보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죽순의 단백질 함량은 32%로 대나무 잎의 19%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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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kiszon pascal via Getty Images
대나무를 먹고 있는 야생 대왕판다
대나무를 먹고 있는 야생 대왕판다 ⓒ웨이 푸원 제공.

판다는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잎을 먹을 때보다 죽순에서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체중을 늘린다. 그 비결은 바로 장내세균 등 미생물 생태계를 바꾸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야생 판다가 대나무 잎만 먹을 때와 죽순을 먹을 때 배설물을 확보해 미생물 군집을 조사한 결과 죽순을 먹을 때 장내세균 군집에 낙산 생성 균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세균의 대사산물이 일주기 유전자의 발현을 늘려 지방의 합성과 저장을 촉진했다.

낙산균 덕분에 연어를 먹어 지방을 쌓는 곰처럼 판다도 새끼를 낳는 겨울에 대비해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죽순을 먹는 시기의 체중 증가율은 잎을 먹을 때보다 4배 컸다. 주 저자인 황 광핑은 “죽순을 먹는 기간에 판다의 장내세균 생태계가 바뀐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로 그 인과관계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무균 실험용 쥐에 판다의 배설물 속 미생물 군집을 이식해 죽순 시기의 미생물 군집을 이식받은 생쥐가 훨씬 체중을 많이 늘리고 지방을 더 축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 씨는 “멸종위기종인 대왕판다를 대상으로 직접 실험을 할 수 없어 쥐에 대변 미생물 군집 이식법(FMT)을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 방법이 야생동물의 미생물 생태계를 이해하고 질병 치료에 응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Cell Reports, DOI: 10.1016/j.celrep.2021.110203

 

 

한겨레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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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