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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내비친 입장

그렇게 강조하던 '소통'은 어디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2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구성원들이 서울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보장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2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구성원들이 서울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보장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입니다”

-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페이스북

장애인단체가 이동권 등 권리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진행하는 출근길 시위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장애인단체와 정치권에선 “장애인 권리 요구마저 갈라치기 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고, 정당 대표로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공권력에 사실상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구성원들이 서울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보장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2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구성원들이 서울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보장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20년간 계속된 이동권 약속 이행 요구

이 대표의 글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한달간 중단했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지난 24일 재개한 것을 보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인수위에서 기획재정부를 통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여 3월23일까지 면담을 통해 밝혀달라”고 요구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23일 “장애인차별철폐는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당연한 과제고 인수위에서 당연히 중점 과제로 다루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수준에서 입장을 밝혔다. 전장연은 “인수위가 ‘기획재정부를 통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면담을 통해 밝혀달라”며 다시 지하철로 나섰다. 그런데 인수위의 추가 답변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해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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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부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까지 꾸준히 지하철 시위를 해왔다. 장애인단체의 요구에 처음 ‘약속’을 한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었다. 지하철 오이도역(2001)·발산역(2002)에서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은 단식 농성 등을 하며 서울시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2년 ‘서울시 장애인이동권보장 종합대책’에서 2004년까지 100%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거쳐도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고, 2015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설치’ 등을 다시 약속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7년 신길역 리프트 추락 참사가 발생하자 전장연은 ‘지하철 연착 투쟁’을 진행했고,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꾸준히 시위를 이어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페이스북

“기재부 예산 배정 없으면 교통약자법 무용지물”

장애인단체가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는 허점투성이로 통과된 ‘교통약자법’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버스를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 한정된다. 시외버스‧고속버스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개정안을 통해 시·군 단위로 나뉘어 있던 이동지원센터(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을 관리하는 곳)를 ‘광역이동지원센터’로 통합해 개선하고 국가가 해당 센터에 설치·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들어갔으나 보조금법 시행령에 ‘장애인특별운송사업(운영비)’의 비율이 정해져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설치·운영비 예산 보장에 대한 의무 조항이 없어 법 개정안이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교통약자법의 허점을 바로잡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확보를 약속해달라고 인수위에 요구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단체가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니 마치 장애인 개인에게 예산을 달라는 요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규정으로는 결국 기재부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집권당 대표의 “적극 개입…탑승제한” 발언에 ‘강경 진압’ 우려

장애인단체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하여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평시에 비장애인 승객들에게도 출입문 취급시간에 따라 탑승제한을 하는 만큼,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등의 이 대표 발언에 주목한다.

장애인단체는 해당 발언이 경찰에 ‘구체적인 지침’을 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가지고 주어진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장애시민들을 불법‧사법처리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적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예정된 이동권 시위부터 경찰의 강경한 진압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원교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론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보고 실망과 절망보다도 공포감을 더 느꼈다”며 “차기 집권 정부의 당 대표가 한 이야기라서 아마도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공권력을 동원해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협의 날짜 주면 당장 다음 주부터 시위 유보할 것”

이날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전장연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에게 “비장애시민-장애시민 갈라치기·혐오정치 중단하고 정치인으로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지하철 시위가 장기화되며 불편과 피로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이러한 정서가 장애인 혐오로 이어지는 상황에 기대 이러한 글을 썼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몇달 전부터 해당 단체 간부 등에게 협의를 약속했다”는 이 대표의 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말은 지난해 8월 자신이 전장연과 국회에서 면담한 것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다른 일정을 소화하다 거리에서 장애인단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협의를 약속했다면 협의 날짜를 잡아달라. 그렇다면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예정된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유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제공한 녹취록을 보면 이 대표는 지난해 8월24일 이들과 만나 “저희가 기재부 혼내는 방법은 대선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 하여튼 당대표 주안점은 이동권. 계속해서 관심 가지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시 이 대표는 야당이라서 힘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 여당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겨레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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