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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석우가 가곡 7편을 작사·작곡했고, 정동극장에서 공연까지 한다

청취자들과의 오랜 약속이었다.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div>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작사라면 몰라도 작곡까지 직접 했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기로서니 음악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척척 곡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배우 강석우(65)를 만나자마자 대뜸 구체적인 작곡 방식부터 캐물었다. 그가 작사·작곡한 가곡 7편을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무대가 ‘시를 노래하는 가곡 with 강석우’란 이름으로 오는 9일과 10일 정동극장에서 열린다. 그는 2015년부터 진행하던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 지난 1월 하차했다. 그는 “당시 모니터의 글씨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만뒀지만, 곧 회복돼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매력적인 곡은 한 부분이라도 정말 가슴에 남는 멜로디 라인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걸 만드느라 굉장히 골몰했죠. 코드가 있는 기타로 (머리에 떠오르는 음계를) 먼저 치고, 피아노로도 뚝딱뚝딱 쳐보는 거죠. 기타는 학교 다닐 때 조금 쳤어요. 피아노와 드럼은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으니 그냥 마구잡이로 치는 거고요. 정식으로 배운 악기는 색소폰이죠. 색소폰 배운 게 악보 보는 데 도움이 돼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만졌다. 악보 작업은 컴퓨터를 이용했고,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편곡에 넣는 악기 편성과 사운드 배합에도 그가 주문한 게 많다.

‘미시령’이란 곡을 만들 땐 처음부터 악보에 호른 독주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뒀다. ‘내 마음은 왈츠’엔 플루트 연주를 삽입했다. 그는 유달리 목관악기 음색을 좋아했다. 노래마다 플루트와 클라리넷, 오보에 독주를 중간중간에 넣어달라고 편곡자에게 요청했다. 섬세하고 묵직한 클래식 선율에 일찌감치 귀가 열린 그였기에 가능했다. 20대부터 클래식 애호가였던 그는 각각의 악기가 지닌 음색과 음역을 단박에 제대로 알아본다.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div>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작곡보다 가사 쓰는 데 걸린 시간이 훨씬 길었다. “먼저 가사부터 써요. 그게 굉장히 오래 걸려요. 가장 최근에 만든 ‘시간의 정원에서’란 곡은 노랫말 작업만 10개월 걸렸어요. 조사 한 글자가 마음에 걸리면 다시 쓰는데, 며칠 있으면 또 고쳐요. 이제는 완성했다 싶었는데 다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했고요.” 먼저 가사 쓰는 데 집중하고, 가사가 완성되면 그걸 반복해서 찬찬히 읽어보고, 그다음엔 나지막이 읊조려보면서 멜로디 라인을 구축한다. 이런 방식의 공정을 거쳐 ‘강석우표 가곡’ 7곡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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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2015년 클래식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세계적인 클래식 작품 연주도 소개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정서가 듬뿍 담긴 가곡을 자주 청취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제작진은 낯선 우리 가곡보다는 익숙한 클래식 소개를 선호했다. 강석우는 “앞으로 날마다 우리 가곡을 한 곡씩은 틀겠다”고 청취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해버렸다. 생방송에서 한 말이니 제작진도 도리 없이 지켜야 하는 일. 이렇게 해서 이 프로그램에 ‘10시 가곡’ 고정 코너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가곡 7곡을 만들어 발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어떤 음반사가 7곡을 쓰면 음반을 낼 수 있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했던 약속”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다음 세대엔 우리 가곡의 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대로는 책임감과 사명감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div>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2년 안에 끝마치려던 작업은 6년이 지나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클래식 음악과 연관된 곡들이 많다. 2016년 만든 첫 곡 ‘그리움조차’는 공연장에서 오페라 아리아 대본을 읽다가 가사가 떠올라 만들게 됐다. ‘그날의 그 바람은 아닐지라도’란 곡은 베토벤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다. “베토벤이 유서를 썼던 오스트리아 빈 외곽 하일리겐슈타트에 간 적이 있어요. 2017년이었는데 공원을 걷고 있자니 베토벤 동상이 있더라고요. 예배당 종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부는데, 베토벤이 유서를 써내려갔던 1802년의 그 바람은 아닐지라도 지친 영혼에 위로 같은 게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면서 가사를 쓰게 됐어요.”

가장 최근에 만든 ‘시간의 정원에서’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를 듣다가 곡을 쓰게 됐다. 지난해 11월 완성한 이 곡을 그는 아내에게 헌정했다. ‘밤눈’이란 곡은 작고한 소설가 최인호의 시에 그가 곡을 붙였다. 같은 노랫말에 송창식이 곡을 쓰고 부른 ‘밤눈’이 그의 애창곡이었다. “이 곡을 워낙 좋아했어요. 가사가 좋아서 잠들기 전에 이 곡 많이 불렀죠.”

이번 공연에선 강석우가 진행을 맡고,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과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이 노래한다. 강석우가 만든 7곡 외에, ‘청산에 살리라’, ‘동심초’, ‘마중’, ‘내 맘의 강물’, ‘목련화’ 등 우리 가곡도 선보인다.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div>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우 강석우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음악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배우라는 유명세에 기대 작곡까지 손대는 것 아니냐’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 않으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답변했다. “기존 틀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프로와 전문가의 역할이 있고, 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몫도 있는 거죠. 그리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검수를 거쳤어요. 성악가, 작곡가, 음악감독님들 의견도 구했고요. 저를 통해 우리 가곡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더 커진다면 더 바랄 게 없는 거죠.” 그는 가곡 창작에 대해선 ‘여기가 끝’이라고 단언했다. 7곡을 만들어 청취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켰으니 그걸로 족하다는 거였다.

그는 클래식 음악에 진심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클래식 음악 얘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클래식 음악 전파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는 운전만 얘기하면 되는 겁니다.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고 동력이 전달되고 반도체가 무슨 역할을 하는 등등의 얘기는 전문가의 영역인 거죠.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거든요. 자꾸 전문적인 악보 얘기만 하면 대중들이 어려워합니다. 음악 얘기는 쉽고 즐거워야 해요.” 그는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며 “여기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뭐든지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교과서에 우리 가곡과 클래식 음악 비중을 높였으면 해요. 클래식 음악은 어릴 적에 맛을 보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좋아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한겨레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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