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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해 차별과 혐오를 법 제도로 금지하는 북유럽 4개국 대사가 말하는 '차별금지법'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다.

프로데 슬베르그 주한노르웨이대사(왼쪽부터),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살라이넨 주한핀란드대사관 공관 차석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덴마크대사관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데 슬베르그 주한노르웨이대사(왼쪽부터),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살라이넨 주한핀란드대사관 공관 차석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덴마크대사관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와 자긍심을 표현하고, 혐오와 차별 세력에 대항해온 역사를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이지만, 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큼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로서의 면모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4월13일, 한국의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7월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퀴어퍼레이드와 퀴어영화제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퀴어축제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조직위는 4월13일 광장 사용신고서를 서울시에 냈다. 서울시 조례는 48시간 이내에 신고 수리 여부 통지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뚜렷한 이유 없이 6월에 열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안건으로 넘겼다. 조직위는 “신고제인 서울광장을 성소수자에게만 허가제로 집행하려는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북유럽 4개 나라의 대사관은 올해도 어김없이 합동 부스를 마련해 이번 퀴어축제에 참여한다. 이들 나라는 모두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앞서 제정해 차별과 혐오를 법 제도로 금지하고 있다. 4개 나라의 대사·공관차석은 이번 퀴어축제에 참여하는 의미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별·혐오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 마련 등 각 나라의 경험을 한국의 시민들과 나누고자 했다. <한겨레>가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덴마크대사관저에서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대사,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찰라이넨 주한 핀란드 공관차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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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도심을 한바퀴 도는 '퀴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2019.6.1)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도심을 한바퀴 도는 '퀴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2019.6.1) ⓒ뉴스1

1939년 차별금지법 도입한 나라

 

2019년 퀴어축제에서도 4개국 대사관의 합동 부스를 본 적 있다. 이렇게 지속해서 퀴어축제에 참가하고 연대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솔베르그 노르웨이대사(이하 솔베르그) = 4개 나라 모두 한국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각 나라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매우 중요한 의제다. 4년 전 서울에서 퀴어축제를 갔는데 성소수자와 지지자의 참여가 놀라웠지만, 반면 그 반대 시위도 강력했다. 이 분야야말로 우리(4개 나라)가 협력할 분야라고 생각했다.

 

서울시는 퀴어축제 조직위가 제출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 처리를 미루고 있다. 각 나라에서 성소수자 관련 축제나 행사에서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들이 있나?

볼벤 스웨덴대사(이하 볼벤) = 여전히 차별과 성소수자 혐오는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 10년간 긍정적 방향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몇년 전 스웨덴의 신문 1면에 사진 한장이 실렸다. 군인들이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사진이었다. 헤드라인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깃발’이었다. 이처럼 다수 여론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에 50만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4개 나라에선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국가·정부 차원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선 성소수자 지지와 인식 개선을 위해 왕실까지 나선다.

옌센 덴마크대사(이하 옌센) = 코펜하겐뿐 아니라 인구가 3000명밖에 안 되는 서쪽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도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정도로 보편화됐다. 지난해 8월 코펜하겐에서 스웨덴과 함께 주최한 ‘코펜하겐 2021’이 열렸다. 세계 최대 성소수자와 연대자들의 축제 ‘월드프라이드’(WorldPride)와, 성소수자 스포츠 행사인 ‘유로게임스’(Eurogames)를 합친 행사였다. 메리 엘리자베스 덴마크 왕세자빈이 이 행사의 공식 후견인이었다.

지금에 와선 4개 나라 모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존중이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과거의 ‘투쟁’이 있었기에 변화가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솔베르그 = 몇몇 용감한 사람, 개인이 투쟁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는 광범위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먼저 앞장서 투쟁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것이 오랜 시간에 걸친 투쟁의 결과이고, 이런 투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쟁. 자신의 몸을 걸고 싸워온,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책임집행위원 미류는 4월11일부터 5월26일까지 46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했다. 미류는 단식투쟁을 마치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차별에 맞서는 건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멈출 수 없는 싸움이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4개 나라는 모두 차별금지법을 두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4년 차별금지법을 처음 도입했고, 이를 개선한 ‘차별금지 및 평등에 관한 법안’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성별, 임신, 양육 책임, 민족, 종교, 신념, 장애,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젠더 표현, 나이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덴마크는 1939년 인종차별 금지를 시작으로 차별금지를 법 제도화했다. 형법에도 차별금지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공개적으로 또는 더욱 넓은 집단으로 퍼뜨리려는 의도로 인종·민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의 사람들을 위협·조롱·비하하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자는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1987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 이후 범위를 넓혀 스웨덴은 성·트랜스젠더 정체성 또는 관련 표현, 민족성, 종교, 장애, 나이 등에 관한 직접 차별과 간접 차별 그리고 부적절한 접근, 괴롭힘, 성희롱, 차별 지시 등의 행태를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는 차별금지 및 평등의 원칙을 헌법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핀란드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 나이, 출신, 언어, 종교, 신념, 의견, 건강, 장애 또는 기타 개인과 관련된 사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차별금지법은 2004년 처음 도입되어 일곱번의 개정을 거쳤고, 형법에도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9.6.1)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9.6.1) ⓒ뉴스1

힘 있는 이들이 차별금지 외치면

 

한국에서는 차별금지법이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15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솔베르그 =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보다는, 우리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싶다. 노르웨이에선 이러한(차별금지) 성격의 입법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적지향, 종교, 인종,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법적 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상징적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실질적 가치도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틀이기에 (이런 법안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가 먼저 바뀌길 기다린 뒤에 입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법을 먼저 도입하면 문화가 따라오기도 한다.

 

한국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유럽 4개국은 역사적·종교적으로 루터교 등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은 각 나라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나.

루오찰라이넨 핀란드 공관차석(이하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 역사에서도 종교 쪽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최근엔 긍정적 변화가 있다. 처음 차별금지법이 나왔을 때 종교 단체와의 충돌도 있었다. 결국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솔베르그 = 올해 노르웨이 교회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12명의) 주교가 공식적으로 과거에 교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에 잘못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개인적인 사과가 아니라 교회를 대표한 사과였다. 속도가 조금 느리고 논쟁의 요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비롯한 도심에서 열린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21.11.6)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비롯한 도심에서 열린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21.11.6) ⓒ뉴스1

일부 정치인,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과 제도가 필요한가.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는 평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서는 적절한 입법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입법’ 자체가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선의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법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약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차별금지법 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솔베르그 = 일단 법안(차별금지법)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고, 그 법안을 통해 행동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성이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된다’는 걸 이해하는 게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사회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왕실 가족, 정치인, 스타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 교육에 (다양성 이해를) 포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옌센 = 전적으로 동감한다. 덴마크도 모든 요인에 의한 차별을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지만, 왕세자빈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대중적 이벤트에 참여하고, 이야기하는 게 많은 시민들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법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차별 없는 인재 기용, 경제에도 도움”

인터뷰 이후 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상장기업 상임·비상임 이사 각각의 33% 또는 비상임 이사의 4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 할당제’를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다양성은 단지 형평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성 할당제’는 남성을 배제하는 제도라고 오해를 받는다.

 

한국에서 여성 할당제는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2003년부터 기업 고위직의 여성 할당제를 앞장서 도입해온 노르웨이의 경험이 궁금하다.

솔베르그 = 과거 노르웨이 정부는 여성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003년 당시 산업무역부 장관이 ‘모든 상장사 이사진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참고로 이 장관은 보수파 출신의 남성이었다. 그런데도 다양성은 우리 경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뭐라도 해야겠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역풍이 있었지만, 잘 정착했다. 이렇듯 강제로 시작하긴 했지만, 생각과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할당제를 놓고 여성에게만 유리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면,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의견으로 보인다. 다들 노르웨이가 부강한 이유를 원유, 가스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많아서라고 하는데, 실제 연구에서는 진짜 원인은 100%의 모든 인구를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노르웨이는 모든 인재를 적극적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이정연 기자, 박고은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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