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서핑 핫플 양양] "기다리다 보면 좋은 파도를 만나는 순간이 온다" 5년 전 서핑 입문한 30세 여성이 전한 말은 어쩌면 우리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양양에 서핑하러 갈까?!

서핑 자료 이미지 / 양양 
서핑 자료 이미지 / 양양 

이 여름, 이곳보다 더 ‘핫’한 곳이 있을까.

폭염경보가 내려진 7월28일. 강원도 양양의 인구해수욕장에는 500여명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는 검은색 전신 슈트를 입은 초보 서퍼들이 정수리 위로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핑 강습을 받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간 이들은 패들링(파도를 타기 위해 엎드려서 양손으로 물을 저어 나가는 기술)을 하거나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탔다.

인구 2만8천여명의 소도시 양양은 서핑의 메카다. 최근엔 엠제트(MZ)세대에게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장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방문객이 꾸준히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데이터랩’이 이동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2020년 관광객 방문 실태를 분석한 결과, 1년 동안 양양군을 찾은 관광객은 1522만6306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대비 관광객 수가 10% 늘어나며 전국 1위 관광객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28일 오후 강원도 양양의 인구 해수욕장 

파도에만 집중하는 순간  

광고

허프포스트코리아 오리지널 비디오

부산에 사는 박보현(30)씨는 양양으로 3박4일 서핑 휴가를 왔다. “서핑하면서 휴가를 보내고 싶어 어딜 갈까 찾다 양양을 선택했어요. 서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양양이잖아요.”

박씨는 양양에 온 첫날 서핑 강습을 받고 재미있어서 이튿날에도 강습을 받았다. “강습 둘째 날에는 첫날보다 보드 위에 여러번 섰어요.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시간이 몇초 정도로 아주 짧지만 쾌감은 커요. 파도 탈 때 다른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집중되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돼요.”

생애 첫 서핑을 경험한 박씨는 “어디 돌아다니지 않아도 바다에서 서핑한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휴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벌써 “다음해 여름에도 서핑할 계획”을 세웠단다.

박씨처럼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스포츠케이션’(스포츠와 휴가의 합성어)를 즐기는 이들에게 양양은 최적의 장소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데다 서핑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 인프라도 잘 갖춰지고 파도가 좋은 해수욕장도 여러군데 있다. 이승대 강원도서핑협회 회장은 “서핑 강습과 렌털을 하는 서핑 숍이 전국 250여개 있는데 그중 양양에 86개가 있어요. 게다가 양양군에는 해수욕장이 21곳 있어요. 서핑 스폿이 21곳 있다는 얘기예요. 양양은 서핑하는 곳도 많고 해변도 길어 서핑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서핑 기초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인구 해변과 죽도 해변 일대를 일컫는 '양리단길'을 알리는 설치물 
인구 해변과 죽도 해변 일대를 일컫는 '양리단길'을 알리는 설치물 

기다리다 보면 찾아오는 좋은 파도

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무동력 운동인 서핑은 자연친화적인 스포츠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서핑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명에서 2019년 40만명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늘어가는 서핑족들을 겨냥한 서핑 여행 패키지 상품도 나오고 있다. 양양에 있는 솔게스트하우스 양양서핑점에서는 서핑 버스와 숙박, 서핑 강습, 바비큐파티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장하다 솔게스트하우스 매니저는 “20~30대 층이 서핑 패키지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겨울 스키 패키지와 비슷한데, 숙박·강습·파티를 9만9천원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젊은층이 접근하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서핑 패키지 중에서 바비큐파티만 이용하는 관광객도 있다고 한다. 장 매니저는 “주말엔 많게는 파티 예약자가 600명 정도 돼요. 양양뿐 아니라 주변 여행지를 찾은 이들도 파티에 와요.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는 자리라 혼자 오는 분들도 있어요. 매년 오는 분 중에는 작년에 왔는데 여자친구 여기서 만나 올해에는 같이 왔다는 분들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서핑 패키지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7말8초’ 휴가철이다. 홍준영 서핑 강사는 “5월부터 하루 200명 정도 강습하고 있어요. 최근 2~3년 사이 서핑을 배우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번 배우고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단다. “서핑은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라 한번 빠지면 끊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서핑을 타려고 준비하는 순간부터 타는 순간까지 어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파도에만 집중해야 해요. 언제 파도가 올지 모르니까요. 그런 순간에 얻는 몰입과 즐거움이 크다 보니 서핑을 한번 해본 이들이 계속 찾아요.”

5년 전 서핑에 입문한 나연주(30)씨도 서핑 패키지를 이용해 서핑 휴가를 왔다. “5년 전 속초에서 서핑을 처음 배웠는데 매번 탈 때마다 초보자 같아요. 그래도 서핑을 하고 싶어 여름마다 서핑해요. 이번에는 서프보드를 렌털해 자유 서핑을 즐겼어요. 오늘 파도가 없어 서핑을 제대로 못 하고 보드 위에서 둥둥 떠다녔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서핑할 때에는 기다리는 여유가 생긴다는 나씨는 “서핑은 파도가 있어야 탈 수 있어요.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밀어주는 파도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 좋은 파도를 만나는 순간이 기다리면 오거든요”라고 말했다.

양리단길 밤 풍경 
양리단길 밤 풍경 

연 50만명 찾는 국내 첫 서핑 해변

양양에 젊은 서핑족들이 모이면서 서핑 테마 거리인 ‘양리단길’이 생겼다. 양리단길은 현남면의 인구해변과 죽도해변 일대를 부르는 이름으로, 이곳에 개성 있는 서핑숍, 게스트하우스, 맛집, 카페, 펜션, 클럽 등이 몰려 있다. 야자수, 파라솔 등으로 꾸민 가게들은 발리나 타이에 온 듯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밤에는 펍, 비치바, 클럽 등이 화려한 조명을 밝히며 영업을 한다.

양양의 ‘핫플’은 또 있다. 현북면 하조대해안길에 있는 ‘서피비치’. 2015년 국내 처음으로 만든 서핑 전용 해변이다. 서피비치는 ‘바다를 즐기는 이국적인 프라이빗 비치’라 불리며 연간 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모래사장에 해먹과 소파, 선베드 등을 설치해 외국 휴양지처럼 꾸며놓았다. 서핑뿐만 아니라 서프요가, 롱보드, 스노클링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해변 출입은 자유롭지만 빈백존, 해먹존, 칠링존, 선베드존 등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서피패스’(1명 1만원)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강지호 서피비치 팀장은 “하루 다섯번 서핑 강습을 하는데 한 타임에 많으면 100~150명이 강습을 받으러 와요. 여름에 가장 힙하고 핫한 운동이 서핑이잖아요. 서핑을 한번이라도 배운 경험자들이 많아지면서 강습 대신 서핑 렌털을 하는 이들도 늘어요. 5년 전과 비교해 렌털하는 분이 3배 정도 증가했어요”라고 말했다.

서피비치의 여름밤 흥취를 느끼려 찾는 이들도 많다. 날이 저물면 서피비치에서는 선셋파티가 시작된다. 신나는 클럽 음악이 흐르고 노을 지는 걸 보며 칵테일과 맥주를 마시는 서핑족들. 한낮의 뜨거운 서핑 열기는 밤으로 이어진다. 여름밤 서핑 해변의 풍경도 ‘힙하고 핫하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