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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와 활동가의 평등권이 모두 침해" 5년 전 성소수자들의 행사 취소시켰던 서울 동대문구가 차별한 대가로 물게 된 손해배상 액수

"성소수자 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소송"

성소수자 행사 대관 취소로 인해 논란이 일었고 5년 만에 성소수자 단체가 승소했다. 출처: 뉴스1

소수자 단체의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서울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에 대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소속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 4명이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 19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법원이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동대문구 대관취소에 항의하며 열린 '2017 여성 성소수자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동대문구청에 피켓을 붙인 모습. 출처: 퀴어여성네트워크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어서?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10월21일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동대문구 체육관을 대관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자,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행사를 한달여 앞둔 그해 9월26일 ‘체육관 천장 공사를 해야 한다’며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그 과정에서 공단 관계자는 단체 쪽에 ‘(행사가)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에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들은 “대관 취소는 체육대회의 목적 및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위법하다. 대관허가 취소로 인해 활동가들의 평등권 및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2020년 1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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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3년 만에 개최된 서울퀴어문화축제 속 깃발. 출처: 뉴스1

‘대관 허가 취소’는 명백한 차별 행위

1심은 체육관 대관 취소가 위법하다면서도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원고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공단이 퀴어여성네트워크에 체육관을 대관한 직후부터 항의 민원을 받은 점, 체육관 공사에 급박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관 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언니네트워크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체육대회 개최·준비자 및 예상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관허가 취소로 인해 단체와 활동가의 평등권이 모두 침해됐다”면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인정했다.손해배상액은 공단이 대관허가 취소의 위법성을 알았으면서 취소한 점, 대관허가 취소사유를 허위로 통보한 점, 차별행위 재발방지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단체에 500만원, 활동가 1인당 100만원 등 총 900만원으로 결정됐다.

소송에 참여한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누리집을 통해 승소 소식을 전하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공공기관의 성소수자 차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소송이었다. 긴 재판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차별에 맞서고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투쟁을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겨레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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