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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치 기록한 '깡통전세·전세사기':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피해자가 됐을 수 있다(ft. 예방법)

보증보험이 예방책, 보험 없다면 임차권 등기부터.

법률사무소 현답의 장심건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률사무소 현답의 장심건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전세 계약이 된 오피스텔을 월세 계약된 매물처럼 속여 판 혐의로 부동산 법인 관계자 1명을 5일 구속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수된 고소장만 100여건으로, 피해자는 150명이고 피해금액은 310억여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의 고소와 경찰 수사로 ‘깡통전세 사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8월24일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과 합동으로 전세사기 의심 사례들을 분석해 1만3961건의 전세사기 의심 정보를 경찰청에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이 이른바 ‘깡통전세 사기’에 걸려들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깡통전세’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계약 만기 때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보험이 대신 먼저 물어주는 보험사고가 지난 7월 421건(금액 872억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였다.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세입자라면, 집주인이 나몰라라 손을 들어버릴 때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부동산과 손해배상을 변호사 전문 분야로 등록하고 전세사기 관련 소송을 많이 다뤄온 장심건 변호사(법률사무소 현답 대표)는 “2019년과 2020년에 빌라나 오피스텔을 많이 지었고, 이어 전셋값이 크게 오를 때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아주 많았다”며 “임대차 계약 2년이 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많은 피해자가 쏟아져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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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변호사를 8월29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전세사기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깡통전세나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들었다.

 

―대전경찰청 김현정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에 따르면, 대전 사건은 한 부동산 투자법인이 서울과 수원, 인천, 동탄 지역의 전세계약이 이뤄진 오피스텔을 대거 사들여 투자자들에게는 월세 오피스텔인 것처럼 속여 판 사건입니다. 범인들은 적은 돈을 들이는 갭투자로 오피스텔을 대거 사들여, 비싸게 팔아먹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아는 사람 소개로 투자하는 거라 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고, 멀리 수도권에 오피스텔이 있으니 현장 방문을 거쳐 세입자에게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했고, 처음에는 월세가 들어오니 사기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기사건이긴 한데, 전세 세입자들도 ‘깡통전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네, 사기꾼들이 처음부터 깡통주택이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즉 전세가율이 높은 오피스텔을 샀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오피스텔 주인이 바뀌면서 전세임차인들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요즘 깡통전세가 많이 늘어나고 있고, 전세사기 사건도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둘은 구분을 해야죠?

“네, 깡통전세란 전세보증금이 주택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못 받아 집을 경매에 부쳐도 보증금을 다 돌려받기 어렵게 된 것을 말합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대출금을 갚고 임대보증금을 내주면 한푼도 건질 수 없는 집을 가리킬 때는 깡통주택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습니다. 전세사기는 처음부터 보증금을 떼먹을 생각을 갖고 계약을 한 경우입니다. 깡통전세가 됐다고 해서 다 전세사기인 것은 아닙니다.”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구분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사기는 형사 범죄입니다. 사기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지면, 상대방(임대인)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변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사기임을 입증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모두 아파트보다는 빌라나 오피스텔에서 많은 것 같습니다.

“아파트는 매매나 전세 가격을 제3자가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빌라나 오피스텔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또 빌라나 오피스텔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즉 전세가율도 높습니다.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전세 수요가 빌라에 쏠릴 때 전셋값이 많이 오릅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되지요. 그럴 때 깡통전세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빌라 주인이 새 세입자를 못 구해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못 내주는 일이 생깁니다. 집을 경매에 부쳐도 낙찰가가 낮아서 결국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임차권 등기부터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계약 만기가 지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집주인 동의 없이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만 받고 만기 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와 달리, 임차인이 만기 후 임차권 등기를 해두면 설령 다른 곳에 이사 가서 살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순위 권리가 확실히 보장됩니다.”

―깡통전세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차이가 작은 집은 임대를 피해야겠군요. 그 밖에 주의할 점이 있습니까?

“세입자가 자기가 사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정기적으로 떼볼 것을 권합니다. 확정일자를 받아둬도, 집주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한 게 있으면 정부의 조세채권이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받습니다. 세금 때문에 생긴 가압류를 세입자한테는 통보를 안 하지만, 등기부에는 기록이 되니까 문제가 커지기 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를 떼보면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집주인이 바뀐 것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가 좀 들더라도,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을 드는 게 피해를 가장 줄이는 길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임대사업자라면 전세 거래를 할 때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일반 임대의 경우는 의무화가 안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입자는 집주인 동의가 없어도 자신의 부담으로 보증보험에 들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은 서민에게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경우도 많으니까, 보증보험에 드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 경우도 많은데 은행 대출금을 제때 못 갚아 곤란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안심이 되지요.”

―전세사기 쪽으로 이야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경기도 한 도시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일가족이 7채의 오피스텔을 갭투자로 샀습니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그걸로 집값을 계속 치르는 식의 갭투자였습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나중에 나가려 할 때 들어오려는 사람을 못 구해서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서 일이 터졌습니다. 세입자가 사기로 고소를 했습니다.”

―사기다, 정상적인 투자다, 다툼이 있었겠군요.

“그런 갭투자를 몇채 이상 하면 사기로 본다, 그런 기준은 아직 정립된 게 없습니다. 사기냐 정상적인 투자냐는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있고 돌려줄 능력이 있었느냐로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갭투자로 많은 집을 사는 과정에서 일정한 수입 없이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면 사기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사건은 서로 합의하고 세입자가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다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이 빌라를 신축해서 전세를 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제3자에게 명의를 넘겼습니다. 세입자가 계약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새 세입자를 못 구하고 명의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명의인이 재산세를 체납하고 있기도 해서, 건물의 담보가치가 보증금을 돌려주기에 부족했습니다. 이것도 최초 소유자가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챙기고, 제3자에게 명의를 넘기고 튀어버린 전세사기라고 봅니다.”

―전세사기는 전세보증금을 비싸게 받아 챙기고는 나중에 나몰라라 해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보증금이 비싸서 자칫 다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세입자가 선뜻 계약을 한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람을 혹하게 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지요. 계약금은 소액만 받고 나머지는 전세대출로 충당하게 하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1년치라든가, 한동안 내준다고 약속합니다. 소액으로 괜찮은 신축 빌라에 바로 입주할 수 있으니까,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이 거기에 혹해서 넘어가기 쉬웠습니다.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다가 미분양이 나오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을 많이 벌였습니다. 분양가가 높아서 전셋값이 주변 시세보다 비쌌겠지만, 세입자들은 신축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수긍했을 것입니다. 전문적인 분양대행사가 전세 세입자를 모아주고 많은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그렇게 전세보증금을 받고 손을 떼버린 사업자들이 꽤 많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 서울과 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신축이 많았는데, 분양이 안 되는 물량은 그런 식으로 전세 세입자에게 넘긴 사례가 많습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보증금이 다 부채니까 보증금을 많이 받는 것을 부담으로 인식했을 텐데, 보증금만 받아 챙기고 소유권을 넘기고 손을 털어버린 것입니다. 올해와 내년에 2년 계약이 만기가 되어 보증금을 제대로 못 내주면서 사고가 터질 텐데요. 사기를 친 사업자는 소송이 벌어지고 자기 재산이 압류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택 소유권을 이미 다른 ‘바지’한테 벌써 넘겨버렸을 것입니다. ‘바지’는 파산해버리면 그만인 사람으로 돼 있겠지요. 이런 경우 최초 사업자(건축주)를 상대로 전세사기로 고소를 해서 조금이라도 더 변제받을 길을 찾아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현답의 장심건 변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률사무소 현답의 장심건 변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말씀을 듣고 보니 전세 세입자에게는 모르는 사이에 집주인이 바뀌는 게 좋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네요.

“그렇습니다. 주인이 바뀌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승계하긴 합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졌을 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세입자에게는 위험한 일입니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집을 팔려면 임차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두는 게 좋습니다. 이건 표준계약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으니까 별도 조항으로 넣자고 해야 합니다.”

―앞에서 등기부등본을 정기적으로 열람하라고 조언했는데, 집주인이 바뀐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바로 이의제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만일의 경우 애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 우편이 아니어도 됩니다. 문자메시지로 ‘내 동의 없이 임대인의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보내서 뜻이 전달되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전세 세입자가 있는데, 추가로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받고 달아나는 노골적인 사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집주인이나 임대차 계약자는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 열람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내역서를 발급받아 누가 이미 전입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입세대가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위조해 제시한 열람 내역서를 믿고 거래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런 이중계약 사기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집주인이 월세 임대를 내놓았는데, 중개업소 보조인이 전세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사건은 실제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나오지 않은 자리에서 계약하려면 최소한 신분증과 위임장은 확인해야죠.”

―요즘 빌라 단지가 통째로, 또는 큰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피해자가 상당히 많은 전세사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카페, 블로그가 생겨서 정보 공유를 하시고,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움직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기 사건으로 여럿이 함께 고소를 하면 사기임을 입증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피해자가 많으면 사기 의도가 있었다,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하기 쉬우니까요. 소송 비용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를 주장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하나요?

“민사소송으로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건축주하고 전세 계약을 했는데 세입자 동의 없이 집주인이 바뀐 경우 보증금 반환 의무가 건축주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아니면, 건축주와 새 집주인 사이의 매매가 무효이므로 거래 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주장합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못 받는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직접 입찰에 참여해서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이 최선이겠군요.

“제 의뢰인 한 분도 그렇게 낙찰을 받았습니다. 보증금을 끝내 회수하지 못하고, 시세가 불분명하고 변동하는 집을 대신 챙긴 것이죠. 이런저런 법적 절차 거치고 집을 낙찰받는 데까지 2년이 걸렸는데, 마음고생도 많았으니 치른 비용이 말할 수 없이 크지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타격이 크겠습니까.”

 

한겨레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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