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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의 연결·복원 공사 끝에..." 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종묘가 90년 만에 숲으로 다시 이어졌다

역사를 위한 숲을 만든 것.

창경궁 뒤뜰. 출처 : Getty 
창경궁 뒤뜰. 출처 : Getty 

서울엔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든 게 아니라, 도로 위에 터널을 짓고 다시 그 위에 숲을 만든 곳이 있다. 서울시가 2022년 7월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면서 만든 녹지다. 일제가 갈라놓은 지 90년 만에 다시 두 곳을 연결했다. 야생동물이 아닌, 역사를 위한 숲을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창경궁·창덕궁과 종묘는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렸고,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으로 쓰였다. 종묘는 역대 조선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조선시대 종묘는 사직과 더불어 왕조의 근간으로 여겨졌다. 일제강점기 창경궁과 종묘의 역사성은 훼손됐다. 일제는 1907년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만들고, 4년 뒤 이름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이후 1932년 광화문~창덕궁 돈화문~대한의원(서울대병원)을 잇는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개설했다. 창경궁과 종묘를 도로로 갈라놓은 것이다. 왕이 창덕궁, 창경궁에서 종묘를 참배할 때 이용하던 종묘 북문인 ‘북신문’도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

서울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 담장 길' (2022.8.26) 출처 : 한겨레 김선식 기자
서울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 담장 길' (2022.8.26) 출처 : 한겨레 김선식 기자

서울시는 2010년 11월부터 12년간 연결·복원 공사에 나섰다. 도로를 넓히고, 터널을 만들고, 궁궐 담장(503m)을 쌓았다. 일제가 허문 궁궐 담장은 주변에 원형이 남아 있는 담장과 옛 그림 <동궐도> 등을 참고해 복원했다. 서울시는 “공사 중 발굴한 종묘 담장 석재와 기초석의 30% 이상을 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궁궐 담장 따라 산책길도 냈다. ‘궁궐 담장 길’(340m)이라 이름 붙였다. 그 길가에 북신문도 복원했다.

2022년 8월26일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서울대병원 방향으로 5~10분 걷자, 도로 터널이 나왔다. 터널 옆 양쪽에 ‘궁궐 담장 길’로 가는 계단이 있다. 폭 3m 황토색 콘크리트로 평평하게 다진 산책길은 원남동 사거리 근처까지 이어진다. 10분 안팎 걸으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길 끝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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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담장과 수풀, 나무로 둘러싸인 길은 양쪽이 막혀 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철제 울타리와 담장 너머 창경궁과 종묘를 바라볼 뿐이다. 북신문도 굳게 닫혀 있다. 이날 만난 김희숙(54)씨는 “익선동 놀러 왔다가 우연히 알고 왔는데 돌담과 녹지가 예쁘고 한적해서 좋다. 길이 편해 가족이 나들이하기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지훈(27)씨는 “예전부터 공사하는 걸 봤는데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서 와봤다. 궁궐 담장 길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 여기만 왔다 가기엔 아쉬운 것 같다. 종묘나 창경궁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궁궐 담장 길'에 있는 종묘 북문 '북신문'은 굳게 닫혀 있다. 출처 : 한겨레 김선식 기자
'궁궐 담장 길'에 있는 종묘 북문 '북신문'은 굳게 닫혀 있다. 출처 : 한겨레 김선식 기자

현재 창경궁과 종묘는 관람제도(자유관람, 시간제 예약 관람)와 휴일(월요일, 화요일)이 다르고, 양쪽을 연계해 운영할 시설과 인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승석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궁궐 담장 길에서 창경궁과 종묘로 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화재청에 전달했고 문화재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도균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과 사무관은 “통로 개방 문제와 관련해 인력, 시설, 관람 운영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궁궐 담장 길’ 개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한겨레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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