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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를 즐기고 아트로 소통하던 내가 지금 시작한 것

아트스테이의 탄생

  • 마틴
  • 입력 2022.09.16 09:41
  • 수정 2022.09.16 09:57

누구나 과거가 있고 스토리가 있듯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겐 더 절실하고 현실인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낭만주의자로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현실주의자가 되긴 쉽진 않다. 

지난 2014년 공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시작한 에어비앤비 호스팅은 참으로 나에게 잘 맞는 일이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삶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삶이 오로지 자신의 일상을 나누면서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된 것 같다. 

서로에게 솔직한 시간과 소통은 나에게 끌리는 게스트들을 어반우드로 이끌었고, 나에게 꽤 괜찮은 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다. 수입은 자연스럽게 늘었고, 그에 비해 시간적 여유는 넘쳐났다.

낮 시간에 할인된 가격으로 뮤지컬을 보는 것도 지겨워지면 이제 뭘하지?

시간이 많아지면 사람은 생각도 많아진다. 이전의 직장생활에 치일때는 돌아보지 못했던 자아에 다시 관심이 생기고, 어렸을 때 꿈꿨던 비현실적인 꿈들도 이제 다시 한 번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근질근질함이 샘솟는다.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으니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에 아티스트의 개성을 강하게 담아 내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여행에 예술의 경험을 더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아트 스테이’ 콘셉트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모임에서 만난 여러 호스트들과 얘기를 나누며, 함께 아트립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더해 아트 기획자로서의 일을 하는 ‘부캐’(부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아트 스테이란 유명 작가들을 섭외해서 작가 한 명과 공간 하나를 매칭해, 제 에어비앤비 공간에 한 명의 작가 작품이 전체적으로 들어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나의 공간인 ‘어반우드’는 송시아 작가와 콜라보를 진행했고, 함께 했던 다른 세 분의 호스트도 다른 세 명의 작가와 협업을 해 일상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몇 개월 간 상시 전시가 이뤄지고, 동시에 게스트가 머물 때는 아트로 꾸며진 공간에 머물며 직접적인 감성을 느껴보게 하자는 취지였다. 역대급 인바운드 여행의 호황기를 겪고 있던 그때, 홍대를 찾는 외국인은 넘쳐났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우리는 다채로운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송시아 작가와 콜라보 했던 당시의 어반우드 침실 및 거실
송시아 작가와 콜라보 했던 당시의 어반우드 침실 및 거실

우리는 그 공간에 로컬 작가들의 작품과 영혼을 담아, 아트를 매개로 아티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노력으로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기회를 주고, 우리의 공간에 오는 관람자나 게스트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시점에서 작품과의 조우를 가능하게 해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본 프로젝트는 꽤나 많은 매체와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티스트와 호스트를 1대1로 매칭해서 오롯이 한 작가의 스토리를 느낄수 있게 한 시도는 공간과의 타협과, 작가의 작품세계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거주공간이기에 설치작품들이 공간을 압도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다양한 고민들의 타협으로 이루어져 신선했다.

많은 관심에 비해 수입은 소소했지만, 중요했던 건 이 프로젝트가 너무나도 즐거웠다는 거다. 작가들도 기존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의 전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었고, 작품이 침실과 같은 살고있는 공간에 들어왔을 때 공간이 어떻게 작품과 타협하고 기능과 미를 최대한 이끌어 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미술작품이 걸릴 곳은 우리의 일상의 공간이 아닐까? 매일 보고 일상에서 즐기는 것이 아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끌어낸 결과이다.

지금은 아트스테이란 개념이 너무나 중구난방으로 사용되는데, 사실 이 용어는 아트립이 최초로 사용한 개념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트립은 주거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아트페어를 비롯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호스팅에 대한 역할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폭넓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아트 기획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면, 내가 붓을 들고 직접 그리게 된 건 내 인생의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아트 기획자를 넘어 아마추어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함께 작업하던 작가들과의 소통을 통해서였다. 많은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2~3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에 사실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졌다. 틈틈히 아크릴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지인의 유화물감 선물로 유화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나의 작품
나의 작품

그리고 코로나가 던진 예약률 바닥 폭단에 아트가 진정한 나의 부캐가 되었다. 아크릴, 유화와 함께 디지털 작업도 진행하면서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작업은 굿즈 제작이나 NFT 로도 업로드해서 판매를 하고있다.

어찌보면 코로나라는 위기가 내 안에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된 건지도 모른다.

나의 작품들이 하나 둘 늘면서 지인들에게 선물로도 주고, 어반우드의 공간에 작품들이 하나 둘 장식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 그림을 보는 게스트가 이 모든 걸 즐길수 있길 기대하지 않지만, 내가 그린 작품들이 나의 공간에 영혼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

나의 작품을 활용해 꾸민 에어비앤비 숙소
나의 작품을 활용해 꾸민 에어비앤비 숙소
직접 꾸민 야외 테이블
직접 꾸민 야외 테이블

가끔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게스트가 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만큼이나 더 기분 좋은 때는 없다.

이제 엔데믹이 가깝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를 통하여 소통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더욱 커다랗게 느꼈다. 사람 냄새 나는 만남과, 대화, 소통, 공유 이 모든 것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고, 우리는 좀 더 지능적인 방법이지만 인간적인 가슴으로 다시 소통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그 소통의 중심은 호스팅과 아트다.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최근에 시작한 와인이다. 소통의 중심에 어반우드가 있고, 어반우드에 전시된 작품으로 소통하고 와인으로 속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 코로나 전에도 그랬지만 어반우드의 공간은 약간 다채로워진 하지만 소통이 지속되는 인간적인 공간으로 계속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흥미로 채운 인간적 소통에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남들은 모두 다니고 싶어하는 공기업을 다니던 마틴은 그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4년부터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며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 만으로도 마음은 풍성해졌다. 호스트 민정, 지혜, KJ와 함께 아트립이란 회사를 함께 만들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예술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아트스테이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mARTinism이란 이름으로 아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남들은 모두 다니고 싶어하는 공기업을 다니던 마틴은 그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4년부터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며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 만으로도 마음은 풍성해졌다. 호스트 민정, 지혜, KJ와 함께 아트립이란 회사를 함께 만들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예술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아트스테이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mARTinism이란 이름으로 아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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