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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차주 성격 있음" 운전하다 짜증 유발하는 '초보운전 표지'를 하나로 통일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미 도입한 국가들도 많다.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짐승이 타고 있어요. 빵빵거리면 브레이크 콱 밟아 버립니다. 세컨카라 부서져도 상관없어요!!’, ‘개 초보, 차주 성격 있음’, ‘운전은 초보, 성질은 람보’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킹받는 초보운전 스티커 멘트’ 등의 제목으로 오르내리는 ‘초보운전 표지’ 문구다. 표지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초보운전을 배려해달라는 애초 취지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리꾼들은 ‘이런 표지를 보면 양보건 뭐건 기분만 나빠진다’고 하는 등 양보와 배려를 요청하려 붙이는 초보운전 표지가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반응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처럼 표준화된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를 도입해 일정 기간 표지를 부착하고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초보운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것이다. ‘초보운전 표지 의무화’가 운전자 모두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어 “해외 주요국의 경우 초보운전 표지를 규격화(단순화·기호화)하고 운전이 미숙한 시기에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초보운전 표지의 형태 및 부착 여부 등이 민간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사회적 약속으로서 기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법정 초보운전 표지 도입을 통해 양식을 규격화하고 필요시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고 밝혔다.

 

'초보운전' 네 글자만 써 붙여야 했던 그 시절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오른쪽)이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로 정체되고 있다. 2022.7.30 출처: 뉴스1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오른쪽)이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로 정체되고 있다. 2022.7.30 출처: 뉴스1

한국도 면허를 취득한 이들에게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법으로 강제한 적이 있었다. 1995년 국회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면허 취득 6개월 미만의 운전자들이 노란 바탕에 녹색 ‘초보운전’ 글씨가 쓰인 스티커를 차 뒷유리에 붙이고 운행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 20점과 5만원의 범칙금을 물게 했다.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전체사고의 12.4% 이상을 차지”한다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시 입법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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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도는 도입 4년 만인 1999년 폐지됐다. 제도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초보운전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대상으로 한 위협 운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초보운전 무시 말고 교통질서 확립하자’는 제목의 1996년 8월22일 <한겨레> 독자기고를 보면, “초보운전 표지는 ‘추월하시오’라는 것으로 여겨진다. (…) 초보운전자들은 추월의 공포감 때문에 초보 운전이라는 표지를 달기 꺼리기도 한다”고 썼다. 같은해 9월 <한겨레>는 ‘당신도 초보 시절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운전이 서툴러 서행을 하는 앞차 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깜빡이를 켜고 경적을 울리며, 욕설을 퍼붓고 세 차례나 밀어붙인 끝에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기까지”해 일가족 5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50대 운전자를 예로 들며 “(우리 사회는) 운전하는 태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칠다”고 했다.

 

국가별 초보운전자 표지 형태.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국가별 초보운전자 표지 형태.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초보운전자들이 위협을 받는 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5년 전 면허를 취득해 작년 말부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는 최아무개(25)씨는 “얼마 전 미숙하게 차선변경을 했더니 뒤차가 쫓아와서 욕을 퍼부었다”며 “운전자를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다시 운전대 잡기가 무섭다”고 했다.

이에 해외처럼 표준화된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의무화해서 초보운전자를 보호하면서도, 다른 운전자에겐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절충안’을 다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선 ‘초보운전 표지’ 지정…일정기간 의무화도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모습. 2021.1.3 출처: 뉴스1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모습. 2021.1.3 출처: 뉴스1

국회입법사무처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경우 면허 취득 1년 미만인 자에게 법정 초보운전 표지(‘와카바 마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고, 일반운전자에게 이들에 대한 방어운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면허 취득 후 3년의 수습 기간 동안 법정 식별 기호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다.

아예 단계적 운전면허제도를 운용하는 곳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일부 주의 경우 4년 이상의 임시면허를 일정기간 의무 보유한 뒤 정식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임시면허 땐 초보운전 표지를 부착하도록 한다. 이들 국가는 운전자들이 표지부착을 기피하지 않도록 자동차 고유의 미적 요소를 저해하지 않을 수 있는 형태의 단순화·기호화된 규격 표지를 운용하고 있다.

실제 표지 부착 의무화가 시작된 후 사고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뉴저지는 지난 2010년부터 21살 미만 임시면허 소지자들에게 정식면허 취득 전 법정 인식표를 부착하는 ‘데칼법’을 시행했는데, 2015년 ‘데칼법 시행 2년’에 대한 장기 연구 결과 법 시행 이전 대비 충돌 사고율이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초보운전 표지는 단순히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표지부착을 통해 운전자 특성에 대한 다른 운전자의 식별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1996년 8월22일 한 독자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
출처: 1996년 8월22일 한 독자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
출처: 1996년 9월13일 한겨레 사설.
출처: 1996년 9월13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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