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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됐다’ 다큐멘터리 '성덕' 오세연 감독이 카메라를 든 건 '분노' 때문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가수의 음악을 들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오세연 감독이 직접 그린 OOO의 이미지 출처: 성덕 스틸컷.
오세연 감독이 직접 그린 OOO의 이미지 출처: 성덕 스틸컷.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줄거리만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 있으니 자전적 다큐멘터리 <성덕>이다.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의 감독 오세연(23·영화과 학생)은 중학교 시절부터 가수 ○○○의 열혈팬이었다. 하지만 7년을 바친 덕질이 오빠의 성범죄로 마무리되면서 감독은 자신을 비롯해 자신만의 오빠들에게 배신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 시대를 반영한 작품 

출처: 성덕 스틸컷
출처: 다큐멘터리 '성덕' 스틸컷

“재원의 ×× 오빠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결과는 무혐의였지만 재원이 마음속에선 유죄라고 했다. 술 없인 못하는 이야기라고 하길래 요거트 막걸리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렇게 만나 사연을 들은 사람이 한명 두명… 담담한 내레이션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끝내 슬퍼지는 건, 이 작품이 시대를 정확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처음 카메라를 든 건 분노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을수록 이상한 거예요. 좋아했던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게 나에게 상처면, 어서 여기서 벗어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왜 영화까지 만들면서 붙들고 있나. 그렇게 제 감정에 파고드니 화에 가려졌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났어요. 사실 내가 되게 슬펐구나. 상처받았구나. 그런데 그 마음들을 사사롭다고 생각했구나.”

시작이 ‘왜 그랬어!’였다면, 중간부터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로 변해갔다. “팬들과, 스타와, 이 모두를 둘러싼 아름다운 것들이 한번에 무너진 게… 대체 왜 그랬냐 묻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럽고 허탈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저랑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 어른들, 관계자들. 많은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다보니 마음이 정리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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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팬들의 이야기 

출처: '성덕' 스틸컷
출처: 다큐멘터리 '성덕' 스틸컷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CD를 불태운 적 있다. 그럼에도 고민했다. 범죄를 저지른 가수의 음악을 들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 죄에 대한 내 마음속 허용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만약 듣는다면,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해도 될까, 안 될까. “절대적으로 맞고 틀린 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이든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으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어쨌든 간에 그 사람은 법치국가에서 법으로 정해진 형벌을 다 받았는데 추가로 벌을 내리는 건 말이 안 된다, 논리적으로.’ 하지만 사람이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만의 답이 있지 둘 중 누가 맞는다 틀리다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민을 감독은 용감하게 풀어나간다. 누군가를 단죄하는 방식이 아닌, 세상과 공명하는 방향으로. 이 영화는 가해자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 사건으로 남겨진 팬들의 이야기다.

'흑역사'를 딛고 일어선 '백역사' 

“사실 영화를 만들게 된 최초의 호기심은 ‘성범죄 소식을 들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에 관한 거였어요. 저랑 같이 덕질 했던 또래 친구들은 학을 뗐는데…. 하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해봤던 저랑 비슷한 처지의 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내가 ‘지금 여전히 좋아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아예 모르진 않구나 싶었어요. 그들을 만나 카메라를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이러시면 안 돼요? 그럼 내가 그들을 조롱하는 것밖에 더 되나? 그래서 안 만나는 게 맞는구나, 라고 결정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영화는 한층 사려 깊다. 비록 흑역사의 기록이지만, 흑역사가 있어야 그걸 딛고 넘어서는 백역사도 쓸 수 있으니까. 아쉽게도 오세연 감독은 유튜브를 거의 안 본다고 한다. 일주일에 30분 보는 그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와본다.

#오세연 감독(@5_seyeon)의 플레이리스트

 

① 좋아하는 영화의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드워드 양)의 한 장면.

 

‘Yi Yi (2000)- Edward Yang’

 

https://www.youtube.com/watch?v=JOVeP_YeBFw

 

② 좋아하는 밴드 선셋롤러코스터!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종종 틀어놓습니다. 선셋롤러코스터 노래를 듣고 있으면 꿈속에서 하늘 위를 붕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요.

 

‘Sunset Rollercoaster- Summum Bonum’

 

https://youtu.be/wNp7WJusiHQ

 

③ 의외로(?) 유튜브를 잘 안 보는데, 걸그룹 뮤직비디오나 무대영상을 제일 많이 챙겨봅니다. 플레이리스트 인터뷰 전에 제가 일주일에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몇 분이나 보는지 확인해보니, 30분대가 나오더라고요. 대략 계산해보니, 무대영상 10개 보면 딱 맞는 시간. ㅎㅎ. 무대영상은 최애를 꼽기 힘들어서 뮤직비디오로 골라봤어요. 걸그룹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은 편인데, 요즘 제일 좋아하는 아이브로!

 

‘IVE 아이브 MV’

 

https://youtu.be/Y8JFxS1HlDo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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