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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만 콕 집어 ‘보도경위’ 요구한 대통령실 : 문장만 존대의 형식을 취했을 뿐, 세세한 내용은 마치 취조 조서를 연상케 한다

6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해 지난 26일 오후 6시12분 (MBC) 사장실에 보낸 공문의 일부. 출처: MBC

대통령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 중 한 곳인 <문화방송>(MBC)을 콕 집어 ‘보도 경위’를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문화방송은 ‘대통령비서실 공문에 대한 MBC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비서실은 어제저녁 MBC 사장실에 이른바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해석하기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발언 취지와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등 6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이 지난 26일 오후 6시12분 대외협력비서관 이름으로 보낸 해당 공문은 “보도를 위해서는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입니다.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다음과 같은 질의를 드립니다”로 시작한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등 6개 항목에 관한 질의가 차례로 나온다.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질의도 이어진다.

대통령비서실은 질의 내용이 끝난 뒤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문화방송 쪽에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을 넘어 동맹관계 및 국익 훼손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책임까지 문화방송에 묻고 있는 것이다.

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출처: MBC

대통령비서실이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비판 보도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서자 문화방송 노사는 강력 반발했다.

문화방송은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MBC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도 이날 ‘앞장서 좌표 찍은 윤 대통령, MBC 탄압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에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명의로 보낸 공문은 과연 2022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인지 의심케 한다”며 “최고 권력집단이 보도와 관련해 공영방송사에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 그 내용이 과연 질의서인지 검찰 취조 조서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장만 존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공영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일갈하고, 잘못을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아무리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지만, 정당한 보도를 한 공영방송사에 취조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수 있는 건지 그 시대착오적 언론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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