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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가 경제정책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긍정 평가 내린 국민은 5명에 1명 꼴이다(한국갤럽 여론조사)

서민·중산층 민생 문제 시급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최근까지 경제 현안을 다루는 장관급 이상 대책회의를 24번 열었다. 지난 5월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183일 동안 7.6일마다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 절반은 ‘경제 정책을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시급한 민생 문제가 중심에 놓이지 못하고 ‘정책 엇박자’를 보이거나 ‘보여주기식’ 대책발표일 뿐이라는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지난 6월 ‘비상 경제장관회의’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11차례(경제관계장관회의 포함 시 13차례) 개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 경제민생회의’도 지난 7월 물가대책 논의를 시작으로 11번 열렸다.

[자료사진]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자료사진]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두 회의 모두 ‘비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호응은 낮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성인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정책 평가’ 결과를 보면, 56%가 “경제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21%에 그쳤다. 주로 경기·인천 지역에 거주하며 자신의 소득이 ‘중하위’라고 답한 40대 남녀 사무·관리직의 평가가 부정적이었다.

대통령이 직무 수행 전반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에도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는다”고 꼽은 답변이 3위였다. 숱한 대책 회의에도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의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한 여론조사회사 관계자는 “최근 체감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정부를 향한 신뢰나 기대도 크지 않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현 정부가 직면한 경제 환경은 역대 어느 정권 못지않게 심각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현상’에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이 더해진 ‘복합 위기’ 상황이다. 가장 최근 맞은 위기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도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수요 과열, 공급 충격 등으로 물가가 뛰며 재정·통화 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과거 금융위기 극복의 발판이 됐던 중국 경제도 부진에 빠져서다. 정책 대응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10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뉴스1
 10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뉴스1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감세와 재정 건전성 강화, 규제 완화 등이다. 당장 대기업 등의 세금을 깎아주며 재정 적자를 줄인다는 기조가 ‘엇박자’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감세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지출을 줄이기보다 석유·가스 기업 대상 ‘횡재세’ 도입, 법인세 증세 등을 추진하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흐름과 다른 방향”이라며 “다 같이 어려운 시기에 대기업 등이 더 큰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건 사회 고통 분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24번 열린 경제대책 회의도 서민·중산층 등의 민생경제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건 물가대책, 김장대책, 추석 민생대책 등을 논의한 8번뿐이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직접 경기 성남시의 영구 임대주택을 방문해 서민·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강조하고도 정작 정부의 내년도 공공 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예산에 견줘 5조6천억원 삭감하는 등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대책 회의 대부분은 수출 지원과 규제 완화, 벤처·바이오·디지털·조선·해운업 육성 등 산업 정책 쪽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생중계 방송에서 “모든 부처의 산업부화”를 촉구한 지난달 27일 비상 경제민생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애초 ‘민간 주도 성장’을 앞세운 정부가 관 주도의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줄줄이 내놓는 건 처음부터 한계가 크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정책 비전과 방향성의 모호함도 여전하다. ‘국민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것’이라는 국정 목표나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시대 흐름과 동떨어지고 실체도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이 촉발한 금융시장 충격으로 현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도 본격적인 시험대 위에 오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경제 분야 국정과제 착수율이 100%라고 얘기하지만, 착수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성과”라며 “재정 적자를 확 줄일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등 경제 운용의 안정성을 중시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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