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정의했다.
18일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후 첫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외교 성과를 자랑하기 바빴는데, 전용기에 MBC만 배제시킨 것에 대해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MBC=가짜뉴스"
윤 대통령은 "언론의, 또는 국민들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또 마음이 열려 있다"면서도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건은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 한 조치였다"라고 강조하며 언론의 자유만큼 언론의 책임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MBC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대통령실이 MBC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이유는 이른바 '바이든 쪽팔려서' 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월 MBC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최초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윤 대통령은 외교는 욕설과 막말에 묻히고 말았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를 겨냥해 "가짜뉴스"라고 발언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데, 윤 대통령은 "어떤 보도가 가짜뉴스냐?"라는 질문에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고, 이날 도어스테핑은 그렇게 종료됐다.
언론 비판에도 열려있다면서?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자랑하던 '외교 성과'도 동행했던 취재진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일정에서 한국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기본적인 취재조차 지원하지 않은 셈이다.
순방 기간 중 주목을 받았던 한일회담 후 시간이 없다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생략했던 윤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평소 친분있던 채널A와 CBS 기자만 따로 불러 한가하게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특정 매체 기자들과 사담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이다. 제가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전용기가 공적인 공간이었다는 지적에는 할 말이 없었는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