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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취향이 비슷한 호스트와 게스트가 만나게 되고, 또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지더니, 어느새 친구가 되었습니다

  • JiNi
  • 입력 2023.01.19 16:36

<제주 리틀포레스트>를 운영한 뒤부터 저는 매년 새로운 친구와 든든한 인연을 얻게 됩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새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적다고들 하는데, 취향이 비슷한 호스트와 게스트가 만나서 그런지 재방문하는 게스트가 많아지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지다보니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더군요. 오늘은 호스트 JiNi의 친구와 든든한 인연을 소개할게요.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 체크인으로 대체되어서 게스트를 직접 만나는 일은 현저하게 줄어 들었지만 게스트와의 이야기는 여전히 풍성합니다. 게스트와의 교류는 에어비앤비 메시지와 문자, 에어비앤비 후기, 숙소에 비치된 방명록, 게스트의 손편지 등이 있는데 저는 방명록을 볼 때가 제일 두근거립니다.

매해 쌓여가는  방명록
매해 쌓여가는 방명록

게스트가 체크아웃한 숙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숙소 내부를 환기 시키고, 방명록을 펼치는 일입니다. 게스트가 <제주 리틀포레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스트의 여행이 어땠는지 방명록에 남아 있어서 방명록을 열어보는 순간이 매우 설렌답니다. 음... '군대 간 남자친구의 편지가 있나' 하고 우편함을 열어보는 기분이라면 너무 올드한가요? 에어비앤비 후기를 읽는 일도 기대가 되지만 게스트가 퇴실 직후 바로 볼 수 있는 방명록은 가장 빠른 피드백이고,  게스트의 개성이 담긴 페이지를 만나는 시간은 아날로그의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친구 이야기부터 할까요?

방학이면 소식이 기다려지는 친구가 있어요. 4~5년 전부터 찾아온 게스트인데, 방학이 다가오면 예약을 하는 게스트이지요. 이제 방학이 되어도 연락이 없으면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첫 방문은 추석 때였는데, 1인 여행자라서 더 기억에 남아요. 명절을 혼자 보내도 즐겁기를 바라며 당시 제가 좋아하던 왕이메 오름을 추천해줬는데, 잘 다녀왔는지 이제야 궁금해지는 군요. 지난 여름 방학에는 저의 아지트인 연대 포구에서 여름 별미 한치회를 함께 먹으며 도민들이 여름밤을 즐기는 법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일몰을 함께 보고 저녁을 먹으며 그 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된 친구처럼 보낸 시간이 한 여름밤의 꿈 같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 방학에 오면 함께 1100고지의 설경을 구경하러 가고 싶네요.

여름 밤의 추억을 만든 바닷가 밥상
여름 밤의 추억을 만든 바닷가 밥상

 

고깃배 덕분에 한밤까지 이어진 시간
고깃배 덕분에 한밤까지 이어진 시간

한 번 다녀간 게스트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게스트, 리틀포레스트의 든든한 인연도 많아요. 

코로나 전에는 제주로 웨딩촬영을 온 중국인 커플 손님이 간혹 있었어요. 해외에서 온 게스트이고 코로나 이전이라 만나서 입실과 숙소 안내를 해줬는데, 퇴실 후 게스트가 남긴 손글씨를 보고 엄청나게 감동했지요. 알고 보니 웨딩촬영 겸 신혼여행으로 제주에 온 게스트들이었어요. 방명록에 중국어로 메모를 남기고, 호스트가 중국어를 모를 것이 걱정 되었는지 번역기를 동원해서 한글로 엽서까지 썼더라고요! 한국인이 읽어 보면 '번역기가 알려줬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는 문장들을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쓴 엽서였어요. <제주 리틀포레스트> 주인장이 중국어는 몰라도 한자는 알아서 게스트의 마음을 띄엄띄엄 전해 받았는데, 마음이 다 전해지지 않을까 염려되었는지 친절하게도 한글로 애정이 담긴 엽서를 썼더라구요. 이 엽서는 숙소 정리를 하다가 뒤늦게 발견하여 감동이 2연타였습니다. 엽서를 보면 그때의 제 마음이 어땠을지 다들 짐작이 갈 겁니다. 이런 경험은 호스트에게 그 어떤 보너스 보다 값지며, 숙소 운영이 힘들 때에 꺼내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추억이지요.

중국인 게스트가 남긴 방명록과 호스트의 초상
중국인 게스트가 남긴 방명록과 호스트의 초상
중국인 게스트가 한글로 써 내려간 엽서. 친절하기가 초록은 동색
중국인 게스트가 한글로 써 내려간 엽서. 친절하기가 초록은 동색

<제주 리틀포레스트>에는 일주일 이상 머무는 게스트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음식도 나눠먹고, 텃밭을 공유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예O이네를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마당 정리를 하면 제 옆에서 초록 식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던 예O이는 저처럼 농부가 꿈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키운 야채와 수세미(식물 수세미)를 선물했더니 야채가 맛난 된장찌개로 돌아오기도 했고, 저는 호스트가 아닌 예O이의 제주 이모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식물을 좋아하는 예O이 가족에게 <제주 리틀포레스트> 마당의 옥천앵두를 나눠줬는데, 집으로 가져가 ‘리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하네요. 예O이는 리틀이를 분갈이 할 때마다 소식을 전해주지요. 그리고 제주 태풍 소식이 있을 때도 제주 이모와 이모의 차가 무사한지 안부를 묻는 답니다. 

 예O이에게 선물한 수세미
 예O이에게 선물한 수세미
제주에서 육지 예O이의 집으로 이사간 옥천앵두 ‘리틀이’
제주에서 육지 예O이의 집으로 이사간 옥천앵두 ‘리틀이’

대학생 게스트들이 찾아오면 그 풋풋함에 같이 싱그러운 기분이고, 뚜벅이 게스트가 오는 날에 비 예보가 있으면 마음이 쓰이는 것이 호스트 생활이지요. 휴가마다 연락하던 커플 손님은 부부가 되었고, 이제는 2세를 기다린다 하여 함께 소망하며 2인 숙소에 3인이 투숙할 수 있는 단골 특혜를 미리 약속하기도 해요. 첫 <리틀포레스트>에 머물렀다가 두 번째 <제주 리틀포레스트>를 오는 게스트들에게는 오랜 친구들에게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숙소에 오랫동안 머물며 제주살이를 했던 게스트들은 SNS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삶을 공유하기도 하죠. 제주에 오면 꼭 연락을 줘서 만나는 고마운 게스트들도 있어요. 제가 와인을 좋아하는 걸 어찌 아시고 서울에서 무거운 와인까지 챙겨다 준 게스트는 능소화가 필 때면 생각납니다. 와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 능소화 옆에서 라벨을 찍었거든요. 주절주절 게스트가 남긴 이야기를 하자면 천일야화 마냥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어도 게스트가 남긴 손글씨를 마주하면 <제주 리틀포레스트>를 아끼는 마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호스트 JiNi로 지냅니다.

게스트가 스케치한 의 거실과 손글씨 
게스트가 남긴 <제주 리틀포레스트> 거실과 손글씨 

 

언젠가는 제주에서 레몬을 키우는 농부가 되어 레몬 농장에서 게스트를 맞이할 꿈을 꾸는 제주 이주 9년차 JiNi입니다.
언젠가는 제주에서 레몬을 키우는 농부가 되어 레몬 농장에서 게스트를 맞이할 꿈을 꾸는 제주 이주 9년차 JiNi입니다.

**해당 페이지는 에어비앤비가 직접 편집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부 필자에게는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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